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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너머 풍경 김장섭展 / KIMJANGSUB / 金壯燮 / photography
날짜 : 2012-03-19 (월) 14:35 조회 : 5214


김장섭_Beyond Landscape_BY15-안면도_시바크롬 프린트_100×150cm_1997


풍경 너머 풍경

김장섭展 / KIMJANGSUB / 金壯燮 / photography 

2012_0321 ▶ 2012_0408


초대일시 / 2012_0321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9:00pm / 토_10:00am~06:00pm / 일_11:00am~06:00pm
금산갤러리 KEUMSAN GALLERY
서울 중구 회현동 2가 87번지 쌍용남산플래티넘 B-103호
 Tel. +82.2.3789.6317
 www.keumsan.org

 
우리들의 리틀-빅맨, 김장섭의 개인전에 부쳐서 ● 작가 김장섭이 쓰러졌다. 작년 가을 학기가 시작되려던 막바지 여름에 나의 동료 김장섭이 뇌수술을 받았다는 것이다. 개인전을 불과 몇 달 앞두고, 모처럼 그간의 작업들을 정리하여 책으로 묶어내려는 준비에 몰입하고 있었는데. 언제나 한결같은 부드러움과 은근한 비판적 재치가 번득이는 섬세한 담화와 유머로 좌중을 파고들던 그다. 그 침착하기가 얄미울 정도로 담담한 의식의 균형을 보여 많은 이들로부터 믿음을 받아오던, 흐트러짐이 없는 당대의 멋진 '신사'가 자신의 이해와 섭생은 도모하지 않던 기질이 한계에 달했던 것인가? ● 그의 학생들은 언제나 그에게 열광하였다. 학생들을 사로잡는 기질이 돋보이는 예리한 언변과 은근한 막말도 그의 입을 통해서 발하면 특유의 매력으로 발산했기에, 언제나 엄격하면서도 부드러운 그 카리스마에 노출되면 그럴수록 더욱 빠져드는 것이다. 나보다 한 참 후배이지만 현실감 없는 나에게는 마치 선배처럼 든든하게 위안이 되던 그런 친구가 아닌가.

일찍이 학창 시절부터 누구보다도 가장 두드러진 예리한 감성으로 독보적인 작업 활동과 주목을 받았고, 이미 7~80년대 가장 괄목할 만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화단의 주류에서 돌아앉아 버리고만 김장섭. 동시에, 사물과 형상의 '즉물적 지각'에의 관심을 유보한 채 '이미지의 지속'이라는 문제로의 전향은 어떤 정황에서 그의 반골적 현실 사정과 아주 절묘한 카운터파트를 이루는 모습이기도 했다. 내가 보기에 그는 풍경을 인식의 대상으로 끌어들이고자 한 것이 아니라, 사진작업으로 누구도 깨우치기 어려웠던, 풍경의 존재를 '변화와 운동의 지속태'로 풀어내는 형식실험, 이미지를 '시간의 존재방식으로의 현전의 기억'이라는 문제로 접근함으로써 그때까지 사진가들이 생각지 못한 작업을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오래 전의 입체작업 또한 지금 돌아보아도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 그런 감성적 힘이 아직도 생생하고 벅차게 나의 지각을 일깨우며 다가온다. 그 또한 근래, 입체작업의 감각도 다시 새롭게 일으켜 세우기 시작하고 있었다. ● 언제나 친구들과 제자들을 좋아하고 도제적 엄격함이 몸에 밴 그였지만 동시에 헌신적이었던 것과 달리 막상 자신을 돌보는 데는 항상 인색했던 그가 언제 자리를 박차고 우리 테이블로 다시 돌아올 것인가? 인내를 가지고 기다릴밖에. 이제 그의 후진 양성에 질긴 집착의 끈은 풀리는가? 너무나 안타깝다.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언제나 자신의 가족과 자신의 생활보다 앞서서 제자와 친구, 그리고 일과 작업에만 관심을 쏟아왔던 '못된 가장' '리틀-빅맨'. 오늘날 어떤 면에서 희귀종이 되어가는 드문 사례의 '나쁜 가장'. 술과 담소를 사랑했던 그를 오늘 내가 새삼 회고하는 팔자가 되었다. 지역에 박혀서 서울을 외면했던 나를 화단 데뷔로 이끌어 낸 사람도 작가 문범과 그였다. 모난 데가 없이 부드러운 그의 인격은 나와는 엄청나게 대조되지만 언제나 나를 잘 받아 주곤 해서 잘 어울릴 수 있었다. 간혹, 그가 거나하게 취할 때마다 하는 소리가 있다. "홍선생 제자들은 한결같이 싸가지가 없어." 나도 되받아 친다. "나부터 그렇고, 싸가지 없게 되길 바랐어"라고. 이런 점에서 우린 많이 다르지만 잘 어울려서 마시곤 한다.
 
"여보쇼, 그 많은 팬이 기다리질 않나. 어서 당신과 한 판 쌔리려고." "6월, 재수술 후 어이 만나서 한 잔, "쌔리세!" 오늘도 재활병원에서 걸음마부터 새롭게 몸 학습을 수행하고 있는 친구를 대신해서 전시 초대말을 부탁받은 것이 이런 모습이 되었다. 많은 격려와 회향심을 바라면서. ■ 홍명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