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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진 기획전시 바다, 내게로 오다
날짜 : 2004-07-14 (수) 15:41 조회 : 2729



  
김정수, 120*270cm, digital silver print, 2004

 
▣ 전시일정 : 2004년 7월 21일(수)- 8월 1일(일)
▣ 전시장소 : 갤러리 라메르 3층 (02-730-5454)

▣ 참여작가
고명근, 구본창, 김장섭, 김정수, 김중만
박우남, 박재영, 심우현, 윤명숙, 윤상욱
이경애, 이민영, 이영훈, 이주한, 임안나
정세영, 정소영, 정주하, 한상필, 한성필
최경자, 최병관, 황규백, 황선구  
 
 


| 전시서문 |

여름입니다. 햇빛은 작렬하고 나뭇잎들은 곧 까맣게 타버릴 듯합니다. 아스팔트들은 아무리 물을 뿌려도 금세 다시 달아오르고, 짧은 소나기는 긴 열대야까지 식혀주지 못합니다. 제아무리 붉은 수박과 차가운 아이스커피인들 도시의 피로와 권태와 갈증을 거둬가주지 못하고, 이대로는 더는 안 되겠다 싶어집니다.

서둘러 책상 위를 치우고 서랍을 정리합니다. 커다란 여행가방을 꺼내듭니다. 거기 바다,라는 행선지가 분명히 적혀있습니다. 동해의 해수욕장이거나 비진도의 백사장, 서해의 낙조, 혹은 하와이이거나 그리스의 산토리니이거나 혹은 몰디브, 타히티의 바다들……. 어느 바다든 바다를 봐야 수평선 같은 마음의 넓이와 신선함을 되찾고, 원색의 비치파라솔 같은 인생의 화려함과 강렬함을 회복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여름. 마침내는 바다로 가지 않을 수 없는 계절인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바다가 그리운 건 여름만이 아닙니다. 계절에 상관없습니다. 봄에도 겨울에도, 일상이 십 원짜리 동전처럼 구차하고 초라할 때, 사랑이 단지 상처거나 모욕일 때, 마음만큼 잘 안되는 일과 손바닥만한 인간관계가 절망스럽고 쓸쓸할 때, 그럴 때면 언제나 문득 바다가 그리워지곤 합니다. 보들레르는 <자유인이여 언제나 너는 바다를 사랑하리>라고 노래했다면 우리는 <일상인이여, 나는 언제나 바다를 그리워하리>인 것입니다.

그런 때 찾아가는 바다는 인간스승이자 신이자 종교입니다. 늘 그깟 것, 그만 다 잊으라거나 용서하라고 일깨워주고 야단쳐주고 구원해주는. 알고 보면 아무도 잘못 없다, 바다의 도덕교과서엔 써있습니다. 세상에서 그토록 아름답고 장대한 걸 거저 누리고 있다는 게 바다와 우리 사이의 큰 채무관계입니다.

그런 바다를 여기 초대했습니다.
환한 한낮의 뭉게구름 같은 바다에서부터 일몰의 바다도, 검정먹빛의 밤바다도, 깊은 심해의 침묵도, 알 수 없는 바다의 언어도 모두 다 카메라의 그물에 담아왔습니다. 도시의 여름 한가운데로 옮겨진 그 바다를, 그 한없는 번짐과 깊이를, 현대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의 하나가 되어버린 블루의 내밀한 감정을 한껏 누려보시기 바랍니다.
바다가 도시의 우리에게로 올 때는 뭔가 할 말이 있어서일 것입니다.


● 김경미 (시인)